춘천의 헌옷 수거 업체 리핏은 오늘 서비스 안내나 정산 방법이 아니라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말을 시작한다. 옷이 버려지면 어디로 가는지, 리핏은 어떤 방식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려 하는지에 집중한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버려지는 의류 양은 약 9,200만 톤에 이르고, 1초마다 트럭 한 대 분량의 옷이 쓰레기가 된다. 그 안에는 멀쩡한 옷도 많다. 한두 번 입고 유행이 지났거나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단순히 질렸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옷들이다. 그렇게 버려진 옷들은 땅속에 묻혀 200년 이상 썩지 않는다. 그럼에도 리핏은 오늘도 새 옷을 사고 헌 옷을 버리는 구조를 바라본다. 이는 누군가를 탓할 일이 아니라, 일상 속에 이미 깊이 자리 잡은 선택지의 문제다. 저렴한 가격에 새 옷을 살 수 있고, 헌 옷을 처리할 마땅한 방법도 없으며, 버리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이 되곤 한다.
문제의 핵심은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선택지의 부재다. 버리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사람들은 분명 그 방향으로 움직일 거라고 리핏은 믿는다. 그래서 만들고 싶은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버리지 않아도 되는 하나의 선택지다. 입지 않는 옷이 생겼을 때, 버리는 대신 맡길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그 옷이 누군가에게 다시 입히거나, 새로운 소재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리핏은 바로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싶다.
한 사람이 헌 옷 한 봉지를 리핏에 맡기는 작은 일은 큰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그것이 천 명, 만 명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소각되지 않는 옷들, 매립되지 않는 섬유들, 새로운 주인을 만나는 옷들로 변하고, 그 누적은 세상을 조금씩 달라지게 한다고 믿는다. 완벽한 친환경 생활을 해야 지구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며, 안 입는 옷 한 봉지를 버리는 대신 리핏에 맡기는 것 자체로 충분하다. 옷이 쓰레기가 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그 꿈은 생각보다 아직 멀리 있다. 그래도 매일 그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한 봉지씩, 한 벌씩, 한 분씩. 오늘 옷장에 잠든 옷들이 있다면 리핏은 그 옷들을 깨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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