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감 절망적 인간관계를 되살리는 유대감 상대방에게 거리를 두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간 단계(段階)가 있다. 바로 상대방을 병자(病者)로 보는 시선이다.
상대방은 내게 여전히 경험의 중심이며 따라서 엄연한 주체다. 그러나 이것은 주체를 주체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들 즉 사고와 감정, 행위의 이해 가능 정도, 뚜렷한 자아상,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능력 같은 것들이 빠진 상태의 불완전한 주체성이다.
내가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발을 빼려고 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나는 그를 더 이상 통일된 행동의 행위자이며 책임자라고 보지 않는다.
그라는 인간은 불가사의한 내부적 사건들이 일어나는 무대(舞臺)에 지나지 않는다. 그 사람의 행동에 이해되지 않는 면이 많아서 그를 보는 내 시선이 바뀐 것이다.
그와 정상적으로 대면한다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기대할 것도, 요구할 것도 없다.
그는 이제 독립된 인간이라고 볼 수 없다. 상대방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나는 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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