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구치 류스케는 현재 세계 영화에서 가장 조용하지만 마음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감독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그의 영화는 겉으로는 대화가 길어 보이지만 대화가 끝난 뒤 말로 다 표현되지 못한 무언의 진실이 더 크게 남는다. 1978년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도쿄예술대학 대학원 졸업작인 《Passion》이 국제 무대에 소개되며 주목을 받았고, 2015년 《해피 아워》가 로카르노영화제에서 공개되며 국제적 시야에 들어왔다. 이후 《우연과 상상》, 《드라이브 마이 카》,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로 세계적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하마구치는 한마디로 말하면 대화를 찍는 감독이다. 다만 말 많은 영화가 아니라, 대화가 인물이 자신도 몰랐던 진실에 다가가는 의식처럼 다가온다.
대표작 흐름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해피 아워》다. 다섯 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 속에서 중년 여성들의 우정과 결혼, 균열, 자기 발견을 따라가며 긴 영화임에도 지루하지 않다. 인물들이 말하고 듣고 어긋나며 다시 말하는 과정 자체가 영화의 몸이 된다. 가디언은 이 작품을 하마구치 세계의 전면적 계기로 보도했다. 《아사코》는 사랑의 유령을 다루지만 이를 “사랑이란 타인을 보는 것인가, 아니면 내 안의 환영을 보는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바꾼다.
다음으로 《우연과 상상》은 세 편의 옴니버스로 구성되며,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우연·대화·오해·재회·상상력이 맑고 가볍게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어 《드라이브 마이 카》는 세계적 정점으로 꼽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과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엮어 상실과 연기, 언어와 침묵을 한층 고조시킨다. 칸영화제 각본상 수상과 일본 대표로 국제장편영화상 수상 등 국제 수상 기록이 쏟아진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도시 자본이 시골 마을에 글램핑장을 세우려 할 때 생기는 균열을 다루며 인간관계의 대화극에서 자연과 공동체의 불안으로 시선을 확장한다.
하마구치 영화의 핵심은 대화가 설명이 아니라 사건이라는 점이다. 대사는 인물이 무너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순간이며, 듣는 얼굴이 더 중요하다. 연기는 진실을 숨기면서 드러내고, 언어의 한계를 넘어 몸과 침묵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역설을 믿는다. 우연은 운명이 아니라 삶의 균열로 작용하며, 결말은 항상 닫히지 않고 여운을 남긴다. 현대 영화에서 말의 윤리를 다루는 방식이 드물고, 큰 폭발이나 과장된 감정 대신 조용한 한 마디가 삶의 구조를 어긋나게 한다. 이 조용함 속에서 관계의 금이 가고, 숨겨진 진심이 매우 느리게 흘러나온다.
하마구치의 영화 감상은 특정 순서를 제시할 만하다. 처음 접하면 《드라이브 마이 카》가 시작점이 될 수 있고, 이어 《우연과 상상》으로 가볍고 짧은 호흡으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아사코》, 《해피 아워》를 거쳐 마지막으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 이르는 흐름이 좋다. 특히 후자는 인간의 내면에서 자연과 사회의 불안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변곡점으로 여겨지며, 영화는 늘 미스터리를 남기고 조용히 끝난다. 결국 하마구치 류스케의 영화는 조용함 속에서 관계의 균열을 드러내고, 그 사이로 숨겨둔 진심이 늦게 흘러나오는 모습을 통해 현대적 감각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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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영화 감독 파헤치기<8> 하마구치 류스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