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풍류 커피점의 모든 탁자 위에는 빈 커피잔 한 개와 한 권의 책이 놓여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빈 커피잔에서는 모카 향이, 책갈피가 끼워져 있는 페이지에선 뜻하지 않은 문장이 펼쳐진다.
제일 구석진 탁자에 놓인 책은 한정원 작가의 '시와 산책'인데, 첫 장이 이렇게 시작된다. [내가 겨울을 사랑하는 이유는 백 가지쯤 되는데, 1번부터 100번까지가 모두 '눈'이다.
눈에 대한 나의 마음이 그렇게 온전하고 순전하다. 눈이 왜 좋냐면 희어서, 깨끗해서, 고요해서, 녹아서, 사라져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난 횟수를 차곡차곡 세어가 듯이, 나는 눈을 만난 날들을 센다. 첫눈, 두 번째 눈, 세 번째 눈......
열한 번째까지 셀 수 있었던 해는 못내 아름다웠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커튼은 닫혀 있고 누운 채로는 바깥이 보이지 않는데도, 내 주변으로 서름한 빛이 느껴지는 날이 있다.
눈에 보이는 빛이 아니라서 아까 꾸던 꿈이 이어지고 있는가 싶기도 하다. 나는 눈을 천 천히 깜빡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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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진접 카페] 왈풍류 커피점 13 - 시와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