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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엔 비를 쓴 글로 넘치는데 난 여전히 .에 머물러 있는 거다 내가 원하는 건 비를 쓰는 거지 비가 아니다

 책장엔 비를 쓴 글로 넘치는데 난 여전히 .에 머물러 있는 거다 내가 원하는 건 비를 쓰는 거지 비가 아니다

창문을 열어놨다. 실외기에 투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세상엔 이미 비에 관한 글들이 너무도 많다. 누군가의 노트를 펼쳐보면 비 얘기는 꼭 있을 걸.

빗방울이 굵어지고 소리는 하드락 드럼 소리로 바뀌었다. 나는 아주 잘 잊는다.

당신이 누구였는지 조차 나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사실 이렇게 되기 전에 할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았을 거다.

예를 들면, 노트에 이름 적기. 일기 쓰기.

요즘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것도 역시 잘 잊어서겠지. 그, 뭐랬지?

'하루를 며칠째 반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 밤은 좀, 좀 겁이 난다.

이제 잊을 것도 없는데 뭘 잊어야할지. 차라리 내가 선택하는 거였으면.

아니, 내가 골랐으면 나는 내가 잊었다는 걸 잊게 할거야. 벽이 파도친다.

물살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그만 되돌아가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