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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전세 20년 만기가 다가온 어느 아파트 임차인 연합의 호소문

 장기전세 20년 만기가 다가온 어느 아파트 임차인 연합의 호소문

20년이면 말 그대로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세월이다. 2007~2009년 서울시는 전세 시장 안정화를 위해 시세의 23% 보증금으로 20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하는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제도를 시행했다. 무주택 중산층에게 저렴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고 주거불안을 줄여 자립을 준비하게 하려는 취지였지만, 만기가 다가온 지금 임차인 연합이 배포한 호소문은 복지 혜택을 권리로 착각하는 이들이 어떻게 안일해질 수 있는지, 또 그 안일함이 거대한 억지 떼쓰기로 변질되는 모습을 드러낸다.

장기 전세 제도는 처음부터 분양전환 의무가 없는 순수 임대 상품으로, 국가가 약속한 것은 20년 동안의 안정적 거주지였지 이후의 자산 형성이나 주거까지를 평생 책임지겠다는 약속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호소문은 만기에 따른 퇴거를 대규모 강제 퇴거로 표현하며 국가로부터 부당한 탄압을 받는 피해자인 양 서술한다. 가장 어처구니없는 대목은 “국가를 믿고 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자백으로, 지난 20년간 주거비를 아끼며 자립하라는 취지에 얼마나 경제적으로 태만했는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다. 단순 계산만 해봐도 현 시세 10억 원에 육박하는 아파트에 3억 원 안팎의 보증금으로 거주하며 20년간 절감한 주거비는 결코 작지 않다. 월세 환산분, 대출 이자, 보유세 등을 고려하면 그 차액을 성실히 운용했을 경우 자가 마련을 위한 종잣돈도 충분히 마련했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플레이션과 화폐 가치 하락을 방어하며 자산을 지키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다. 국가가 제공한 기회를 누리면서도 아무런 자립 준비를 하지 않은 채 “국가를 믿었으니 끝까지 책임지라”는 요구는 설득력도 없고, 누구에게나 거지 마인드로 비춰질 뿐이다. 임차인 연합은 수백 가구가 동시에 퇴거하면 단지가 공실로 넘쳐 슬럼화되고 분양 세대의 집값이 급락할 것이라고 이웃 주민들을 위협하는데, 이는 사실관계와 어긋나는 왜곡으로 보인다. 강일지구는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의 주거지 중 하나로, 입주 대기 수요가 많은 곳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만기 물량을 비워 두지 않고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신혼부부 대상의 장기전세주택인 ‘미리 내 집’(장기전세주택Ⅱ)으로 전환해 공급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즉, 기존 임차인의 퇴거는 단지의 슬럼화가 아니라 주거 지원이 절실한 새로운 세대에게 기회가 넘어가는 과정이다. 제도의 혜혜를 오래 누린 쪽이 자리를 비워주지 않기 위해 허위 사실로 단지 전체를 인질극 벌이듯 협박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 거지마인드 # 장기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