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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 없는 농부 : 텅 빈 현실을 일구는 존재

 비료 없는 농부 : 텅 빈 현실을 일구는 존재

비료 없는 농부 : 텅 빈 현실을 일구는 존재 병동 산책로 주변에는 작은 밭이 있었다. 고추와 가지 같은 작물들이 줄지어 심어져 있었고, 누군가는 매일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잡초를 뽑고 흙을 만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먹기 위해 키우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병원에는 비료를 반입할 수 없다고 했다. 환자에게 노동을 시킨다는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그 밭은 그저 심기만 하는 곳이었다.

열심히 돌봐도 열매를 제대로 맺을 수 없는 땅. 나는 그 사실이 이상하게 마음에 남았다.

“그럴 거면 차라리 꽃을 심는 게 낫지 않아요?” 그 말을 했을 때 그분은 잠시 손을 멈추더니, 말없이 다시 흙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분은 평생 농부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하지만 알코올중독이 심했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다가 이제는 스스로도 체념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병동 안에서만큼은 늘 밭으로 향했다.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매일 흙을 만지고, 잡초를 뽑고, 무언가를 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