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이 나무를 품어 나무는 한쪽이 환해졌다 나무는 그늘을 품어 그늘 한쪽이 서늘해졌다 그늘은 나를 품어 나의 몸엔 그들의 문신이 새겨졌다 나는 의자에 나를 새겨 의자가 내 모습으로 얼룩졌다 제 몸을 다 내주며 기울어져가다 이윽고 자신을 다 지우고 하나가 되어 낮은 곳을 흥건히 적셔가는 부드러운 동질감 사랑한다는 것은 나의 모든 것을 내어주고 너의 모든 것을 품어가는 일 하나가 하나에 기대어 천천히 물들어가는 오후 오후는 아침을 아침을 어제 저녁을 말없이 고요히 다 받아들이고 하루가 되는 것이다 김영미,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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