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의 ‘술꾼’이라는 단어가 낯선 문지기처럼 나를 막아선다. 술을 즐기지 않는 나에게 그들의 세계는 얼마나 깊고 내밀한 것일까 알고 싶어졌다.
그러나 기대와는 다르게 작가는 첫 장부터 그 경계심을 무너뜨린다. 이것은 취기에 대한 예찬이 아니라, 한 인간의 가장 솔직한 표현 수단을 잃어버린 고통에 대한 토로였다.
작가의 언어를 빌리면, 그것은 금주(禁酒)가 아닌 실어(失語)의 고통이었다. A와 B가 만나 자연스럽게 술집에 들어가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내용을 쓰다 화들짝 놀라 삭제 키를 누르거나 통째로 들어내는 일이 잦다보니 글의 흐름이 끊기고 진도가 안 나가고 슬럼프에 빠졌다.
모국어를 잃은 작가의 심정이 이럴까 싶을 정도였다. 다시 나의 모국어인 술국어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을 느꼈지만 허벅지를 찌르며 참았다.
이 문장을 읽으며 비로소 느껴졌다. 이 책에서 ‘술’과 ‘안주’는 세상과 소통하고 자신의 기억을 체계화하는 하나의 문법이라는 것을.
그렇게 나는 술꾼의 언어로 쓰인 세계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