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머물렀던 공간에서 8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듯 문득 찾아간 곳은 한층 더 정갈한 비건 레스토랑이었다. 1층 수변의 돼지국밥을 친구들에게 추천하듯 이곳도 입소문으로 알게 되었고, 광고나 마케팅 없이 운영한다는 점이 먼저 인상에 남았다. 멋진 베레모 아래 흰머리를 내놓은 점장은 레스토랑의 인테리어처럼 자연스럽게 자리했고,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벽에 걸린 문구들이 마음을 건드렸다. 과거를 좇지 말고 미래를 예측하지 말라 현재에 머물러라, 마음을 내버려두어라라는 문장들이 하나하나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비건이라니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간이 없고 해산물 육수도 없는 직접 개발한 소스의 요리가 차분하게 다가왔다. 앞 테이블에는 스님들이 계셨고, 불안한 마음이 스며들기도 했다. 그래서 아보카도 김밥, 버섯 샐러드, 바질 파스타를 선택했고, 다들 콩까스를 고민했지만 오늘은 몸을 비우는 날이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먹었다. 튀김은 피했고, 맛은 의외로 깊고 풍성했다. 아보카도 김밥은 입안에서 춤을 추었고, 8년이라는 시간도 함께 아쉽게 느껴졌다.
그 공간은 이름도 낯설고 비밀 같았지만, 흘러간 시간 동안 쌓인 내공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곳으로 남았다. 무심하게 지나쳤던 8년의 공백을 채우는 작은 발견처럼 여겨졌다. 광안리로 가게 된다면 데이트 코스로도 추천할 만했고, 특히 어른들과 함께라면 더없이 어울리는 곳이었다. 계산을 마무리하고 보게 된 포춘 쿠키 기계의 한글 글귀는 밑글이 영어인 것을 몰랐던 탓에 색다른 글귀를 남겼다. 나의 26년을 돌아보게 할 문구가 친구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폰에 저장해 매일 읽기로 했다. 어떤 고난도 뜻을 이해하면 지혜와 힘이 생긴다는 메시지는 오늘의 식사와 함께 마음에 남았다.
이미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더라도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가득 차 있는 그릇임에도 더 많은 물을 내려달라 빌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한 끼의 식사였지만 셰프가 내어놓은 음식 속에는 철학과 음식에 대한 애정이 묵직하게 남아 있었다. 아름다운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식사는 불평하지 말고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으로 다가와 마음의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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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 [광안리 데이트] 비건 레스토랑 베지나랑 체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