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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남길까

 무엇을 남길까

새로운 사람을 만난 뒤, 좋아하는 것을 메모하고 기록하며 편안한 상태로 머물 수 있도록 보살펴 주는 이의 호의를 모아 미래를 상상했다. 시간이 흘러 반대 상황이 찾아오자 균열이 생겼고, 그가 아플 때 보러 가야 한다는 로망이나 이사 온 뒤 매일 봐야 한다는 기대가 채워져야 한다는 생각이 점차 틀어맞춰졌다. 이 속에는 보상심리가 작동했고, 고마움의 말에 “이렇게 해주니까 꽃다발을 줘야지”라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관계를 누리기보다 점검하는 쪽으로 기울자 불안이 생겨났고, 자율적으로 흘러가야 할 것까지 의식하게 되었다.

현실은 주 1~2회의 주말 데이트가 아닌, 매일 일에 치이는 일상을 함께 나눌 상대를 찾는 것이었다는 점을 놓치고 있었고, 들여야 할 것들에 대한 구체적 점검이 필요했다. 독립은 타의적으로 시작했더라도 새로운 가족은 자의적으로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지 묻게 되었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부모가 없어 불안을 숨겨 살던 과거가 한꺼번에 떠올랐다. 앞으로의 가족은 선택받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며, 들였던 그릇과 물건들, 책과 옷, 사람들까지도 어떤 것을 남길지 직접 결정하는 연습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들이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서랍장에 남겨 둔 부모와의 공간과 사진, 남은 구두 한 켤레, 여행책, 인형뽑기 인형들, 소파 위에 놓인 친구들의 편지까지 어떤 것이 남아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앞으로의 삶 정리는 물건을 버리는 것뿐 아니라 삶에 남길 가치를 정하는 연습이다. 혼자 꿈꿨던 막연한 상상의 기적 같은 가족을 얻는 상태에서, 스스로 원하는 형태로 바꿔 가는 전환이 필요했다. 수동에서 능동으로의 전환 속에, 다음 식물은 오래 지속될 환경에서 맞이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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