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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진다는 것

 무뎌진다는 것

무뎌진다는 것 무뎌진다는 건,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것이다. 피가 너무 오래 흘러 더는 붉지 못하게 되었을 때, 칼날은 은빛을 잃는다.

하지만 그것은 패배가 아니다. 날을 세우는 건 고통이지만, 날을 접는 건 선택이다.

누군가는 말하겠지. 감정이 없어진 것 같다고.

아무리 두들겨도 울리지 않는 북처럼, 불러도 대답 없는 산처럼. 그러나 그건 메마름이 아니다.

그것은 곧 가늠이다. 넘쳐 흘렀던 고통이 제 자리를 찾아간 것이고, 바닥을 치던 절망이 기어코 평형을 이룬 것이다.

이따금, 나는 나를 두드려본다. 아직 소리가 나는가.

아직 울림이 남았는가. 때로는 메아리가 없다.

공허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허나 그 침묵조차 한때 울어댔던 나의 기록이다.

무뎌졌다는 건, 더 이상 날카롭게 베이지만 않을 뿐, 여전히 존재한다는 증거다. 사람은 어느 지점에서 반드시 무뎌진다.

날이 선 채로 평생 살아간다면, 누구보다 먼저 스스로를 찌르고 말 것이다. 무뎌진다는 건, 타인을 찌르지 않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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