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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신대기근 일반 백성의 일인칭 시점 이야기

 경신대기근 일반 백성의 일인칭 시점 이야기

그해는 하늘이 먼저 허기를 앓았다. 해 둘레에 창백한 무리가 걸리고 밤이면 달빛이 물기 없는 눈처럼 번졌다.

늙은이들은 하늘의 숨이 상했다고 했다. 나는 그런 말을 반쯤 흘려들었다.

농사꾼이 하늘을 의심해 봤자 손바닥만 더 거칠어질 뿐이니까. 그래도 알겠더라.

봄이 봄답지 못하면 사람도 사람답기 어렵다는 것을. 나는 충청도 어느 작은 고을 밖에서 밭을 빌려 먹고살던 사람이다.

늙은 어머니가 있었고 아내가 있었고 여덟 살 딸아이가 하나 있었다. 소도 한 마리 있었다.

우리 집에서 가장 묵묵한 식구였다. 밭은 가난했으나 해마다 보리 몇 섬은 내주었다.

그 몇 섬으로 겨울을 넘기고 봄을 견디고 여름을 꿈꾸었다. 사람 사는 일이란 대개 그런 것이었다.

크게 바라지 않고 조금 덜 굶기를 비는 것. 그런데 경술년의 봄은 씨앗보다 먼저 서리를 뿌렸다.

새벽마다 밭고랑 끝이 하얗게 질렸고 낮이 되어도 흙이 풀리지 않았다. 어렵게 뿌린 씨가 흙속에서 웅크린 채 나오질 못했다.

하늘은 비를 아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