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의 흐름은 2024년 이후 캐즘이 길고 힘든 구간이었다. 대장주들이 연중 최저치를 내리며 하락세가 이어지자 “바닥인가”를 되묻는 분위기가 만연했고, 이를 놓친 사람도 많았다. 2026년에 들어서는 예기치 않은 외부 변수로 상황이 바뀌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 여파로 국제 유가가 오르고 국내 기름값도 함께 치솟자 정부는 차량 5부제를 도입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전기차가 5부제 대상에서 빠지며 기름값 부담이 없고 운행에도 제약이 없게 된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전기차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로 재조명됐다. 월급쟁이가 놓치기 쉬운 포인트가 바로 이 지점이다.
실제 흐름은 숫자로 드러났다. 올해 2월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는 3만대를 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보조금 소진 시기도 예년보다 세 달가량 빨랐다. 고유가가 캐즘을 무력화하는 그림이 만들어진 셈이다. 단순한 일시적 수요가 아니라 당분간의 지속 가능성까지 암시되는 분위기다. 전기차 회복뿐 아니라 ESS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늘어나며 그 전력을 저장할 배터리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2025년 글로벌 ESS 신규 설치에서 미국 비중이 18%로 중국에 이어 2위였다는 점은 구조적 수요의 확고함을 보여준다.
정리하면 2차전지는 전기차 본업의 회복과 ESS 수요의 동시 공격으로 한쪽에 기대지 않는 쌍끌이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다만 유가는 전쟁과 정책에 따라 변동성이 크고 방향도 쉽게 바뀔 수 있어 단정은 금물이다. 시장의 시각은 5월 들어 크게 갈렸다. 초기의 캐즘 지속 전망에서 회복 국면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었고, 배터리 소재사들의 2분기 성장 기대도 제기되었다. 이로써 캐즘의 끝을 미리 예견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주가에 대한 기대감이 일부 선반영됐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외부 충격이 전기차를 다시 끌어올리고 ESS 수요가 더해지는 구조적 전환으로 바라볼 때, 단기 테마에 머무르지 않는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유가의 향방은 여전히 중요하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전기차와 에너지 저장의 상승 흐름이 여전히 지배적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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