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는 거래처의 매출과 이익, 세금 데이터를 통해 자금의 흐름과 가치를 면밀히 확인한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장부와 책의 주장 사이에서 같은 방향의 필요성과 현실성을 확인한다. 알렉스 카프의 기술공화국 선언을 읽으면서, 장부의 숫자들이 책의 핵심 논지와 맞닿는 순간이 자주 찾아왔으며, 똑똑한 인재들이 왜 작고 즉시 해결 가능한 문제에 몰두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한때 국가 안보와 우주 탐사 같은 거대한 목표를 위해 정부와 협력했던 기술 거인들이 이제는 광고 클릭률을 높이거나 배달 시간을 단축하는 문제에 매달린다는 지적은, 자본과 인재가 소비자 시장으로 쉽게 흘러드는 현상을 설명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미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강조된다.
책은 공동체 가치의 해체를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다. 과거에는 더 나은 국가와 인류의 진보 같은 공동의 목표가 있었고, 국가 주도의 대형 프로젝트가 최고의 인재를 끌어모았다. 그러나 거대 서사를 의심하고 해체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자, 자본과 인재는 가장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으로 흘렀고, 국방·교육·에너지 같은 중대한 문제는 정치적 이유나 수익성 부족으로 외면되었다. 해결책으로는 엔지니어링 사고방식의 도입이 제시된다. 이론보다 실제 작동 여부를 먼저 묻고, 관료주의를 걷어내며, 결과로 말하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두 가지 생각이 남겨진다. 첫째,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서로가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고, 개인의 성공을 넘어 사회가 다음 세대에 남길 나라의 모습을 논의하는 공동의 목표가 뚜렷해질 때 뛰어난 인재들도 더 의미 있는 문제에 뛰어들 것이다. 둘째, 세무사로서의 역할은 기업 재무제표 너머의 가치를 보려는 시도와, 기술이 국가의 미래에 기여하는 경우 활용 가능한 세제 혜택이나 정부 지원책을 적극 연결하는 일이다. 기술공화국 선언은 기술 산업에 관한 책이 아니라, 사회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무거운 질문이다. 지금도 수많은 인재의 에너지가 사소한 문제 해결에 흩어지지 않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거대한 프로젝트로 모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