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플러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가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이민진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시간과 국경을 넘으며 감동을 선사한다.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재일조선인의 4대 삶을 깊숙이 파고들며 단순한 신파를 넘는 서사를 보여준다. 2022년 시즌 1 공개 이후 글로벌 찬사를 받았고, 2024년 공개된 시즌 2 역시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한국어 일본어 영어 3개 국어를 교차하며 이민자들의 정체성 혼란을 사실적으로 구현해냈다는 평이 많다. 주인공은 선자다. 젊은 시절의 선자는 김민하가, 노년의 선자는 윤여정이 각각 강렬한 연기로 완성한다. 가난과 차별 속에서도 자식들을 키워낸 어머니의 표상으로 보인다. 선자의 첫사랑이자 거물 사업가인 고한수는 이민호가 연기한다. 일본에 이미 가정이 있어 선자를 첩으로 삼으려다 거절당하는 인물이다. 비정하고 냉혹하지만 식민지 조선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영혼을 지켜야 했던 아픔이 묵직하게 남는다. 병약하지만 맑은 영혼의 개신교 목사 백이삭 역은 노상현이 맡았다. 선자를 구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하고 오사카로 떠난다. 선자에게 인간의 품위를 지켜준 구원자 같은 존재다. 선자의 손자 솔로몬 백 역은 진하가 맡아 열연한다. 1989년 뉴욕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도쿄 금융권에서 성공을 꿈꾸는 엘리트로 분한다. 화려한 삶 속에서도 재일조선인이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마주하는 4세대를 대변한다. 그렇다면 드라마 제목 파친코의 의미는 무엇일까. 단순히 일본의 사행성 게임일 뿐일까. 이 작품의 파친코는 일본 주류 사회에 진입이 차단되었던 재일조선인들에게 남은 몇 안 되는 생존 수단을 가리킨다. 또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기계를 조작하는 주인이 일본 사회의 승패를 좌우하는 거대한 도박판의 은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선자의 가족은 매번 구슬을 굴리며 자신만의 삶을 개척해 간다. 인생은 불공평하지만 계속 나아간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는 과거의 아픔을 자극하는 신파가 아니다. 모진 차별 속에서도 자식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남긴 어머니와 할머니의 위대한 생존기이자 헌사다. 윤여정과 김민하의 완벽한 앙상블과 함께 오사카 골목의 차갑고 눅눅한 분위기와 도쿄의 1980년대 빌딩 숲이 눈부신 영상미를 자랑한다. 배우들이 파친코 장 안에서 유쾌하게 춤추는 오프닝 시퀀스는 비극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이민자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역사는 우리를 망쳐놓았지만 상관없다는 소설의 첫 문장처럼, 가혹한 시대에도 품위를 잃지 않고 꼿꼿이 걸어 나간 선자의 발자국이 남는다. 애플TV플러스가 선물하는 이 대서사시 속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분명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묵직한 온기를 느낄 것이다. #파친코 #재일조선인 #윤여정 #김민하 #애플TV플러스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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