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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이 남지 않는 남자 이야기

 발자국이 남지 않는 남자 이야기

발자국이 남지 않는 남자가 있었다 아무리 걸어도 어떤 신발을 신어도 그의 발자국은 남지 않았다 어느날 눈길을 걷다가 그는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서커스 공연을 하며 먹고 살았다 불에 달군 모래를 맨발로 걷기도 했고 돼지를 등에 매고 진흙탕을 뛰기도 했다 여전히 발자국은 남지 않았다 모든 게 그렇듯 사람들의 관심은 금세 시들해졌고 어느 눈 쌓인 겨울 그는 마지막 공연을 준비했다 얼마 없는 사람들 앞에서 남자는 눈을 가리고 한발 한발 뒷걸음으로 걸었다 그가 낭떠러지 끝에 다달았을 때 작지만 뾰족한 바람이 불었고 사람들이 모두 눈을 감았을 때 그는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물론 발자국은 남지 않았다 기억된 적도 없는데 잊히고 싶지 않았던 남자의 이야기 그루누이의 향기처럼 하루키의 헛간처럼 발자국이 남지 않는 남자 이야기, 조융·문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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