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온 여름 성해나2023창비 블로그 글 더보기 비정에는 금세 익숙해졌지만, 다정에는 좀체 그럴 수 없었습니다. 홀연히 나타났다가 손을 대면 스러지는 신기루처럼 한순간에 증발해버릴까, 멀어져버릴까 언제나 주춤.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습니다. 가감 없이 표현하고 바닥을 내보이는 것도 어떤 관계에서는 가능하고, 어떤 관계에서는 불가하다는 사실을 저는 알고 태어난 것일까요. - 두고 온 여름 中, 성해나 아버지의 재혼으로 어렸을 때 사년 정도 함께 살게 된 형 기하와 동생 재하.
가족이 아니었지만, 결국은 가족이었던 그들은 꾸깃꾸깃 구겨진 형제애를 손바닥으로 조금씩 펴가며 눈을 맞춘다. “잘 나왔네” “잘 나왔네요” 역광이 심해 누가 그애고, 누가 나인지 구분조차 어려웠다.
잘못 찍은 사진이었지만 누구도 다시 찍자고는 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재하는 한참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빛 아래 우리는 두점 그림자 같았다. - 두고 온 여름 中, 성해나 사람에 상처받아도, 결국 치유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