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숫자만큼 미소를 짓자 _ 송정숙
그리움의 숫자만큼 미소를 짓자 송정숙 사랑하는 사람 기다릴 때는 다림질을 하자 짹깍이는 시계 소리 곱게 다리고 그리움 뿌려가며 옷을 다리자 사랑하는 사람 기다릴 때는 다림질을 하자 나오는 한숨 곱게 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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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숫자만큼 미소를 짓자 송정숙 사랑하는 사람 기다릴 때는 다림질을 하자 짹깍이는 시계 소리 곱게 다리고 그리움 뿌려가며 옷을 다리자 사랑하는 사람 기다릴 때는 다림질을 하자 나오는 한숨 곱게 다려..
우리 할머니 말씀 박노해 어린 날 글자도 모르는 우리 할머니가 그랬지 아가, 없는 사람 험담하는 곳엔 끼지도 말그라 그를 안다고 떠드는 것만큼 큰 오해가 없단다 그이한테 숨어있는 좋은 구석을 알아보고 토닥..
사람 신혜경 한문수업 시간 정년퇴임 앞둔 선생님께 제일 먼저 배운 한자는 옥편의 첫 글자 한 일(一)도 아니고 천자문의 하늘 천(天)도, 그 나이에 제일 큰 관심사였던 사랑 애(愛)는 더더욱 아니고 지게와 지게..
백지의 꿈 이기철 새봄의 개나리향 말고는 아무 것도 내 위에 쓰지 말라 씀바귀 위에 내리는 이슬 말고는 아무 것도 내 위에 쓰지 말라 처음 가 본 길처럼 설레는 마음 말고는 아무 것도 내 위에 쓰지 말라 유리..
사는 맛 정일근 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복어가 아니다, 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 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 조금씩 조금씩 독의 맛을 들이다 고..
삶을 묻는 너에게 용혜원 삶이 무엇이냐고 묻는 너에게 무엇이라고 말해줄까 아름답다고 슬픔 이라고 기쁨 이라고 말해줄까 우리들의 삶이란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단다 우리들의 삶이란 나이들어 가면서 알 수..
마음의 길 김재진 마음에도 길이 있어 아득하게 멀거나 좁을 대로 좁아져 숨가쁜 모양이다. 그 길 끊어진 자리에 절벽 있어 가다가 뛰어내리고 싶을 때 있는 모양이다. 마음에도 문이 있어 열리거나 닫히거나..
나의 하늘은 이해인 그 푸른 빛이 너무 좋아 창가에서 올려다본 나의 하늘은 어제는 바다가 되고 오늘은 숲이 되고 내일은 또 무엇이 될까 몹시 갑갑하고 울고 싶을 때 문득 쳐다본 나의 하늘이 지금은 집이 되고..
바람과 햇살과 별빛 정연복 꽃잎에 맴돌다 가는 바람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바람에 꽃잎의 몸은 흔들렸으리 꽃잎에 머물다 가는 햇살에 어디 흔적이 있으랴 그래도 보이지 않는 햇살에 꽃잎..
4월에 태어난 그대 박정래 당신 생일에 붉은 동그라미 치며 황사바람으로 목이 매캐해지네 냉이 캐는 들녘의 아낙들은 해 지는 줄 모르고 아마도 그런 고즈넉한 어둠이 바쁘게 밀려가고 오던 그런 때 아니던가 쥐..
봄은 으쓱으쓱 박노해 겨울은 위로부터 으슬으슬 내려왔지만 봄은 아래로부터 으쓱으쓱 밀어옵니다 겨울은 얇은 자에게 먼저 몰아쳐 왔지만 봄은 많이 떨고 견딘 자에게 먼저 옵니다. * 2021년 4월 20일 화요일..
마음세탁소 김종제 홍제동 산 1번지 미로의 골목길 들어가면 할아버지 한 분이 시간이 고요히 가라앉은 듯한 낡은 재봉틀 의자에 앉아 손님이 맡기고 간 물건을 부지런히 뜯어 고치고 있다 지친 마음 잠깐 벗어..
꿈을 생각하며 김현승 목적은 한꺼번에 오려면 오지만 꿈은 조금씩 오기도 하고 안 오기도 한다. 목적은 산마루 위 바위와 같지만 꿈은 산마루 위의 구름과 같아 어디론가 날아가 빈 하늘이 되기도 한다. 목적이..
즐거운 무게 박상천 너의 무게를 생각한다. 내 삶에 걸리는 너의 무게를 생각한다. 무중력 상태에선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무게를 갖지 못하지만 나의 몫만큼, 지구가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내가 이 땅에서 나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백창우 나 정말 가벼웠으면 좋겠다 나비처럼, 딱새의 고운 깃털처럼 가벼워져 모든 길 위를 소리없이 날아다녔으면 좋겠다 내 안에 뭐가 있기에 나는 이렇게 무거운가 버릴 것 다 버..
봄, 봄이여 임영준 이젠 말라붙은 껍질을 뚫고나오는 헤실거리는 떡잎 같은 추억일랑 가차 없이 묻어버리자 경춘선 열차에서 강변 어느 민박집 마당에서 봄 뿌리까지 짜내던 젊은 합창일랑 흘러가는 대로 흘려버..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
굽이 돌아가는 길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
웃음예찬 데일 카네기 웃음은 별로 밑천이 들지 않지만 건설하는 것은 많으며, 주는 사람에게는 해롭지 않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넘쳐나고, 짧은 인생으로부터 생겨나서 그 기억은 길이 남으며, 웃음 없이 진정한..
나무책상 이해인 숲의 향기 가득히 밴 나무책상을 하나 갖고 싶다 편히 엎디어 공상도 하고 나무냄새 나는 종이를 꺼내 그림도 그리고 편지도 쓰고 시의 꽃을 피우면서 선뜻 나를 내려놓아도 좋을 부담 없는 친구..
나무 의자 용혜원 나무 의자에 앉아 책을 읽다 생각에 빠진다 어느 숲 속의 나무였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몇 번이나 지냈을까 어느 새가 날아와 앉아 울고 갔을까 어떤 짐승이 보금자리를 틀고 싶어했을까..
4월의 노래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벨텔의 편지를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백치애인 신달자 나에게는 백치 애인이 있다 그 바보됨됨이가 얼마나 나를 슬프게 하는지 모른다 내가 얼마나 저를 사랑하는지 모른다 별볼일 없이 정말이지 우연히 저를 만날까봐서 길거리의 한 모퉁이를 지켜..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
봄이 오면 나는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희망가 문병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봄꽃을 보니 김시천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습니다 이 봄엔 나도 내 마음 무거운 빗장을 풀고 봄꽃처럼 그리운 가슴 맑게 씻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고 싶습니다 조금은 수줍은 듯 어색한 미소도..
이 다음에 너는 최옥 엄마가 너의 등을 두드려 주듯 흔들리는 모든 것들의 마음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어라 널 안고 있으면 내 마음 빈틈없이 차오르듯 눈빛 하나, 말 한마디로 이 세상 가득 채우고 지금 널 바..
꽃처럼 웃을 날 있겠지요 김용택 작년에 피었던 꽃 올해도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 피어 새롭습니다 작년에 꽃 피었을 때 서럽더니 올해 그 자리 거기 저렇게 꽃이 피어나니 다시 또 서럽고 눈물 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얘기를 하자 노천명 아름다운 얘기를 좀 하자 별이 자꾸 우리를 보지 않느냐 닷돈짜리 왜떡을 사먹을 제도 살구꽃이 환한 마을에서 우리는 정답게 지냈다 성황당 고개를 넘으면서도 우리 서로 의지하..
숲 반기룡 숲 속에 들어가 본 사람은 안다 나무와 나무가 서로 기대어 온갖 조건과 환경을 잘 견디고 있는 것을 햇살이 비칠 때면 지그시 감았던 두 눈 뜨며 자연과 합일되고 강풍이 몰아치면 원가지 곁가지 잔가..
봄편지 김철기 잠자던 그 자리에 숨어 있다 네갈래 꽃뿌리 향기에 쫑끗 햇살 따르고 오랜 그리움 출렁이며 가슴 속 깊이 날아와서 널출어진 네 잎 나래를 편다 이슬 머금은 바람에도 날 듯 가름하다 어미의 살갗..
좋겠다 백창우 끝까지 다 부를 수 있는 노래 몇 개쯤 있었으면 좋겠다. 매일 시 한 편씩 들려주는 여자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하루에 서너 시간밖에 안 가는 예쁜 시계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몹시 힘들 때..
구름 이성선 구름은 허공이 집이지만 허공엔 그의 집이 없고 나무는 구름이 밟아도 아파하지 않는다 바람에 쓸리지만 구름은 바람을 사랑하고 하늘에 살면서도 마을 샛강에 얼굴 묻고 웃는다 구름은 그의 말을..
속도 이원규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는 인간들의 동화책에서만 나온다 만일 그들이 바다에서 경주를 한다면? 미안하지만 이마저 인간의 생각일 뿐 그들은 서로 마주친 적도 없다 비닐하우스 출신의 딸기를 먹으며..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박노해 알려지지 않았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별은 뜨고 꽃은 핀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나는 나의 일을 한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나의 길을 간다 *..
좋은 말이 사람을 키웁니다 이해인 어떤 상황에서 누가 강한 불만을 토로하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속사정을 우린 잘 모르잖아요.˝ 라고 조심스레 대꾸해 보고, 늘 자신을 비하하며 한탄하는 이들에겐 ˝..
해마다 봄이 되면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 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 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쉼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아침 신혜림 새벽이 하얀 모습으로 문 두드리면 햇살의 입맞춤으로 잠에서 깨어난 대지는 부산스럽기만 하다. 나들이를 꿈꾸며 이슬로 세수하는 꽃들 밤을 새운 개울물 지치지도 않는다 배부른 바람 안개를 거둬..
차 한잔의 추억 박현진 기억의 저편에 있는 그를 생각 할 때마다 고이는 그리움 접어 테이블 한 편에 올려 놓고 그를 닮은 진한 커피 향에 잠시 취해본다. 아침이 깨어나는 시간 깊어가는 그리움도 습관적으로 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영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진 굴뚝에도 연기 핀다 빈 술잔에는 고독이라도 채워진다 얼어붙은 개울엔 늘 기다림이 깔려 있다 가난한 연인들의 그리움은 더 깊어진다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열..
3월의 기도 안성란 날마다 부르는 노래에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잔잔히 흐르는 언어의 무대는 입술이 아니고 마음이게 하소서. 오랜 벗이 아니어도 반가운 표현을 할 줄 알고 미소 띤 얼굴에 마음의 향내가 풍기..
햇빛, 달빛, 별빛 정연복 햇빛 밝은 기쁨과 평안의 날 달빛 어스름 쓸쓸한 시련의 날 이 모두 우열 가릴 수 없는 똑같이 귀한 생명의 시간이리니 슬픔의 때에 햇빛을 잊지 않는 용기 기쁨의 때에 달빛을 기억하..
꽃 안도현 누가 나에게 꽃이 되지 않겠느냐 묻는다면 나는 선뜻 봉숭아꽃 되겠다 말하겠다. 꽃이 되려면 그러나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겠지. 꽃봉오리가 맺힐 때까지 처음에는 이파리로부터 하나씩 하나씩 세상..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유안진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 피워 낼 것이 있기..
생(生)의 감각 김광섭 여명에서 종이 울린다. 새벽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는 것이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가슴이 따뜻해서 아름다운 사람에게 김진학 꽃이 피어나던 어느 날 기차여행을 처음하는 사람처럼이나 설레임으로 그대 앞에 다가가던 날 숱한 고뇌에서 피어난 눈 위의 동백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곁에 오..
좋은 사람 노여심 좋은 사람은 가슴에 담아 놓기만 해도 좋다. 차를 타고 그가 사는 마을로 찾아가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아도 나의 가슴엔 늘 우리들의 이야기가 살아있고 그는 그의 마을에서 나는 나의 마을에서..
새해에는 임영준 새해엔 모두 부자되게 하소서 돈벼락을 맞아 입원한 사람들을 문안하느라 정신없게 하여주소서 새해에는 다들 정치인이 되게 하소서 특정인 몇몇이 다 해먹는 삼류국이 아닌 일등나라 사람..
마음 김광섭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가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리하여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위에..
종자 박노해 종자로 골라내진 씨앗들은 울부짖었다 가을날 똑같이 거두어졌건만 다들 고귀한 식탁 위에 오르는데 왜 나는 선택받지 못한 운명인지요 남들은 축복 속에 바쳐지는데 나는 바람 찬 허공에 매달려 온..
겨울나기 도종환 아침에 내린 비가 이파리 위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어는 저녁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고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하늘과 땅에서 얻은 것들 다 되돌려주려고 고갯마루에서 건넛산을 바라보는 스..
바람이 부는 까닭 안도현 바람이 부는 까닭은 미루나무 한 그루 때문이다 미루나무 이파리 수 천, 수 만 장이 제 몸을 뒤집었다 엎었다 하기 때문이다 세상을 흔들고 싶거든 자기 자신을 먼저 흔들 줄 알아야..
반쯤 깨진 연탄 안도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 데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김용택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나 홀로 걷는 그 숲에 당신이 왔습니다 어린 참나무 잎이 지기 전에 그대가 와서 반짝이는 이슬을 텁니다 나는 캄캄하게 젖고 내 옷깃은 자꾸 젖어..
강변역에서 정호승 너를 기다리다가 오늘 하루도 마지막 날처럼 지나갔다 너를 기다리다가 사랑도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바람은 불고 강물은 흐르고 어느새 강변의 불빛마저 꺼져버린 뒤 너를 기다리다..
젊은 날의 초상 송수권 위로받고 싶은 사람에게서 위로받는 사람은 행복하다 슬픔을 나누고자 아는 사람에게서 슬픔을 나누는 사람은 행복하다 더 주고 싶어도 끝내 더 줄 것이 없는 사람은 행복하다 강 하나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 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나무는 류시화 나무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나..
못잊어 김소월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 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편 이르겠지요..
사모 조지훈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말이 남아 있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고 당신은 멀리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눈..
소금 류시화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
알게 될 때쯤 이정하 사랑은 추상형이어서 내 가지고 있는 물감으로는 그릴 수가 없었네. 수년이 지나 사랑에 대해 희미하게 눈뜰 때 그때서야 알 수 있었네. 사랑은, 물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으..
말의 힘 황인숙 기분 좋은 말을 생각해보자. 파랗다. 하얗다. 깨끗하다. 싱그럽다. 신선하다. 짜릿하다. 후련하다. 기분 좋은 말을 소리내보자. 시원하다. 달콤하다. 아늑하다. 아이스크림. 얼음. 바람. 아아아...
혼자는 외롭고 둘은 그립다 김현태 언제부턴가 혼자라는 사실이 괜히 서글프게 느껴진다면 그건 때가 온 것이다 사랑을 할 때가 온 것이다 꽃이 꽃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고 바다가 바다보다 더 외롭게 보이고..
아침의 향기 이해인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
아침의 노래 김혜정 희미한 여명으로 깨어나는 새벽의 부산스러움에 풀잎마다 맺힌 맑은 이슬방울 아침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요동치며 다가오는 숲은 상큼한 공기를 가르고 긴 머리카락..
단추를 달듯 이해인 떨어진 단추를 제자리에 달고 있는 나의 손등 위에 배시시 웃고 있는 고운 햇살 오늘이라는 새 옷 위에 나는 어떤 모양의 단추를 달까? 산다는 일은 끊임 없이 새 옷을 갈아 입어도 떨어진 단..
별 류시화 별은 어디서 반짝임을 얻는 걸까 별은 어떻게 진흙을 목숨으로 바꾸는 걸까 별은 왜 존재하는 걸까 과학자가 말했다, 그것은 원자들의 핵융합 때문이라고 목사가 말했다,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하나님..
그 사랑에 대해 쓴다 유하 아름다운 시를 보면 그걸 닮은 삶 하나 낳고 싶었다 노을을 바라보며 노을 빛 열매를 낳은 능금나무처럼 한 여자의 미소가 나를 스쳤을 때 난 그녀를 닮은 사랑을 낳고 싶었다 점화된..
새해 인사 김현승 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 굴러라. 건너 뛰듯 건너 뛰듯 오늘과 또 내일 사이를 뛰어라. 새옷 입고 아니, 헌옷이라도 빨아 입고, 널뛰듯 널뛰듯 이쪽과..
길을 보면 박노해 길을 보면 눈물이 난다 누군가 처음 걸었던 길 없는 길 여러 사람이 걷고 걸어 길이 된 길 그 길 하나를 만들기 위해 앞서 걷다 쓰러져간 사람들 자신의 흰 뼈를 이정표로 세워두고 바람처럼..
겨울 고해 홍수희 겨울밤엔 하늘도 빙판길입니다 내 마음 외로울 때마다 하나 둘 쏘아 올렸던 작은 기도 점점이 차가운 하늘밭에서 자꾸만 미끄러져 떨어지더니 잠들었던 내 무딘 영혼에 날카로운 파편으로 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 나타샤를 사랑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
1월 이외수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 있다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한밤중에 바람은 날개를 푸득거리며 몸부림치고 절망의 수풀들 무성하게 자라 오르는 망명지 아무리 아픈 진실도 아직은 꽃이 되..
12월의 독백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 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성탄편지 이해인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 사랑하는 그대에게 제가 드릴 성탄 선물은 오래 전부터 가슴에 별이 되어 박힌 예수님의 사랑 그 사랑 안에 꽃피고 열매 맺은 우정의 기쁨과 평화인 것을. 슬픈 이를 위..
물처럼 흘러라 법정스님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살든 그 속에서 물이 흐르고 꽃이 피어날 수 있어야 한다. 물이 흘러야 막히지 않고 팍팍하지 않으며 침체되지 않는다. 물은 한 곳에 고이면, 그 생기를..
12월이라는 종착역 안성란 정신없이 달려갔다. 넘어지고 다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달려간 길에 12월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니 지나간 시간이 발목을 잡아 놓고 돌아보는 맑은 눈동자를 1년이라는 상자에 소담스럽..
평행선 김남조 우리는 서로 만나본 적도 없지만 헤어져 본 적도 없습니다. 무슨 인연으로 태어났기에 어쩔 수 없는 거리를 두고 가야만 합니까 가까와지면 가까와질까 두려워하고 멀어지면 멀어질까 두려워하..
길 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
웃음은 인생의 약이다 알랭 아름다운 옷보다는 웃는 얼굴이 훨씬 인상적이다. 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 웃음으로 넘겨라. 찡그린 얼굴을 펴기만 하는 것으로도 마음도 따라서 펴지는 법이다. 웃음은 가장 좋은 화..
가고 오지 않는 사람 김남조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려 줍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 없습니다. 요행히 그 능력 우리에게 있어..
겨울의 꽃을 피우네 정유찬 문틈 사이로 찬 바람 불고 서늘한 기운이 온몸으로 스미는 추운 날에도 훈훈하게 맘 쓰는 사람들 사랑스런 눈망울 맑은 웃음은 이 골목 저 골목 구불구불 돌며 향기로 가득한 겨울의..
가벼워지기 이무원 채우려 하지 말기 있는 것 중 덜어내기 다 비운다는 것은 거짓말 애써 덜어내 가벼워지기 쌓을 때마다 무거워지는 높이 높이만큼 쌓이는 고통 기쁜 눈물로 덜어내기 감사기도로 줄여가기 날..
마당을 쓸었습니다 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
겨울 조병화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김상용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신현림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 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멀어져서 아득하고 아름다운 너는 흰 셔츠처럼 펄럭이지 바람에 펄럭이는 것들을 보면 가..
겨울 사랑 고정희 그 한 번의 따뜻한 감촉 단 한 번의 묵묵한 이별이 몇 번의 겨울을 버티게 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이 허물어지고 활짝 활짝 문 열리던 밤의 모닥불 사이로 마음과 마음을 헤집고 푸르게..
행복의 얼굴 김현승 내게 행복이 온다면 나는 그에게 감사하고, 내게 불행이 와도 나는 또 그에게 감사한다. 한 번은 밖에서 오고 한 번은 안에서 오는 행복이다. 우리의 행복의 문은 밖에서도 열리지만 안에서..
겨울밤 이해인 귀에는 아프나 새길수록 진실인 말 가시 돋혀 있어도 향기를 가진 어느 아픈 말들이 문득 고운 열매로 나를 먹여주는 양식이 됨을 고맙게 깨닫는 긴긴 겨울밤 * 2020년 12월 4일 금요일입니다. 겉..
빈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칼릴 지브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연인 정호승 사랑이란 오래 갈수록 처음처럼 그렇게 짜릿짜릿한 게 아니야 그냥 무덤덤해지면서 그윽해지는 거야 아무리 좋은 향기도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나면 그건 지독한 냄새야 살짝 사라져야만 진정한 향기..
사랑한다는 것 안도현 길가에 민들레 한송이 피어나면 꽃잎으로 온 하늘을 다 받치고 살듯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을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차고..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